코로나19 자가격리 일기 1. 휴식이 너무 기뻤던 초반 3일

1일 차
적당히 7시에 눈을 떠서 이불을 개고 애착인형까지 곱게 정리함.

바디필로우보다 잘 쓰는 이케아 상어인형ㅋㅋ

정리해 놓고 세수 좀 하고, 잠옷 갈아입고 8시부터 출근메일 보내고 업무 시작.
적당히 일하고 11시쯤 시간이 남은 나를 발견했다!!!!!!
점심시간이 좀 애매해서 미리 밥을 먹기로 결심하고 있는 재료를 탈탈 털어서 볶음가락국수를 만들었다.

냉동고에 딱 2마리 남아있던 새우

숟가락과 포크 순서가 위치가 바뀐 것 같긴 하지만...
요즘 주말에도 출근해서 워낙 워라밸이 없었던 터라 이렇게 여유롭게 점심을 먹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먹다가 걸려온 업무전화에 마무리는 허겁지겁..ㅠ.ㅠ
적당히 댕굴 거리면서 쉬고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오후에 크리티컬이었던 진상 민원 전화를 해결하고... 진상고객에 대한 분노를 담아 업무보고메일을 작성.
마무리하니 5시 반쯤 퇴근메일을 보내고 자유가 됐다.
운동하고 온 남친몬에게 전화해서 엉엉 울었더니 난데없이 순대와 내가 좋아하는 순하리 복숭아를 문 앞에 두고 감.
식욕은 없었지만 일단 섭취..ㅋㅋㅋ

하지만 맛은 그다지...남겨뒀다가 순대국 끓여먹었다는 후기...

무튼 이렇게 일하고 기운 빠져서 일찍 잠.
 
 
2일 차
늦잠 잤다...ㅋㅋㅋ이불 정리는 무슨... 허겁지겁 8시 가까이 일어나서 고양이세수하고 출근 메일 보내고 시작.
급한 아침회의 끝내고 아침밥 먹기.

닭가슴살샐러드+연유바게트의 이율배반적 조합

바게트가 냉동실에 너무 오래 짱 박혀있어서..ㅠ.ㅠ 구워도 맛이 덜한 걸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연유를 그냥 뿌려버렸다. 다이어트 따위...
닭가슴살도 사놓고 바빠서 못 먹은 지 n주차ㅋㅋㅋㅋ라서 강제로 먹었다. 원래 출근할 때도 정신만 있으면 챙겨가서 먹기는 해서 상시 냉장실에 하림 닭가슴살을 쟁여두는 편.
멍 때리면서 야채주스랑 냠냠하고 약 10분 정도 누워서 소설 보면서 충전하고 다시 업무 시작.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졸림이 더 커서 점심시간에는 잤다.
무난히 오후 업무를 넘기고 그제야 배고파서 저녁!!
그 전날 남긴 순대+내장에다가 자가격리 보급품에 있던 사골컵반을 더해 순대국밥을 만들었다.

근데 참치액 너무 많이 넣어서 짰음...

자가격리 보급품이 상당히 실하게 왔던 것으로 기억함. 라면이 5개들이 3개라서 남자 친구에게 반 넘게 줘버림. 라면 안 좋아해요...
사실 햇반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미 냉동밥을 8개 넘게 준 남친몬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보급품에 있던 햇반 12개를 그럭저럭 사용했다.
기분 탓인지 햇반은 소화가 잘 안 돼서 자가격리기간 동안 냉동밥 먼저 다 먹음.
무튼 뭔가 양념을 과하게 했는지 순대국밥이 짰다. 결국 콜라 남은 거랑 먹었다는 후기.
첫 이틀은 운동도 하기 싫어서 뒹굴거리기만 했다. 5시쯤 퇴근하자마자 여가를 즐기며 뒹굴거렸더니 여름에 출근했던 휴가를 보상받는듯한 기분이 들어 매우 즐거웠다.
유튜브 보며 놀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3일 차
늦잠을 잤다.
당연한 결과물... 심지어 토요일이라 일도 없고... 주말을 만끽하며 일어났더니 10시 반이었다.
이불 위에서 미적대었더니 11시가 조금 넘어가서 허기에 위장이 시위를 시작해서 배달음식을 검색.
이틀 요리했더니 하기 싫었다...
자가격리 후 첫 배달음식이라 뭔가... 야채가 들어간 것도 먹고 싶고, 튀김도 먹고 싶어서 치킨과 고민하다가 근처 이자카야에 런치세트 메뉴 2개 배달!!!
왜 2개냐면요... 메뉴 하나는 최소금액이 안되거든요...ㅜ.ㅜ 여기서 1인 가구의 서러움을 다시 상기했지만 그 전날까지 부려먹었던 남친몬을 또 시키기는 그래서 그냥 저녁까지 먹자 싶어서 주문.
회덮밥과 돈가스를 시켰는데, 회덮밥과 돈가스 절반을 점심에 잘 먹고(1.5인분?!) 책 읽기 시작.
책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서 낮잠도 한 세 시간 넘게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평화로운 숲 속 브이로그 같은 유튜브를 보다가 저녁 섭취.

이대로 먹자니 돈가스가 챱챱해서... 돈가스 덮밥을 만들어 봄.

대충 냉장고에 있는 보라색 양파를 썼더니 색이 이상해요... 맛은 좋았다고 합니다ㅋㅋㅋㅋ
가락국수도 귀찮아서 전자레인지에 대충 데워서 먹음.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즐겁게 먹고 저녁에도 뒹굴뒹굴.... 하니까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산책을 워낙 좋아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핸드폰에 검색 시작.
자가격리 위반 벌금과 더불어 좋지 않은 사례들을 보고 마음을 곱게 접음.
게다가 직장 내 자가격리자들 중 확진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을 하기로 했다.
이쯤 되니 힘든 게 3가지 있었다.
1. 분리수거
평소에 뭐가 쌓이는 걸 싫어해서 바로바로 버리는 편인데ㅠ.ㅠ 플라스틱이 쌓이기 시작하니 이게 그렇게 스트레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초파리 때문에 조금 음식물이 묻은 것도 씻어서 말려서 버리는 상태... 밥 먹을 때마다 너무 번거로웠다ㅠㅠㅠㅠ
이로써 환경에 앞으로는 더 신경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2. 갑갑함
평소 심심하면 왕래하던 남자친구도 창문 밖으로만 만날 수 있고, 걸으러 나갈 수도 없어서 너무 갑갑했다. 원룸에 자가격리하다 보니 활동량도 너무 적어서 소화도 잘 안되어 굉장히 불편했다. 나중에는 자연스레 먹는 양이 줄어들어 자가격리 후 1킬로가 줄었다(...) 더불어 근육량도 줄어서 진짜 스트레스받은 건 안 비밀. 
저녁에 요리해서 혼술 하는 걸 사랑하는 1인으로써 맥주 한 캔 사러 나갈 수도 없는 건 너무 가혹했다ㅠ.ㅠ 몸이 이맘때 안 좋아서 애초에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힘든 요인이었던 것 같다.
여긴 시골이라 편의점 배달도 안된다는 걸 답답함에 해보고 깨달았다...ㅠ.ㅠ 편의점 걸어서 3분인데... 속상했다.
3. 초파리
평소에는 뭐.. 출근하면 늦게 오니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초파리가ㅠㅠ 너무 많았다. 올해 배수구 청소도 다 하고 음식물도 그때그때 얼리거나 묶어 버리는데도 해결이 안 되어서 극한의 스트레스였다.
이는 일요일에 남자친구가 사다준 신기패로 어느 정도 해결되어 살 수 있었다. 하... 남자친구 없는 사람은 자가격리를 어떻게 하는 걸까 싶었던 1인...(가족보다 남자 친구가 가까이 살아서 남자 친구가 모든 걸 해결해 줌.. 사랑해...ㅋㅋㅋ)
여름에 하는 자가격리는 초파리가 진짜 함정카드입니다(엄근진)
 
 
3일 차 총평
3일 차 점심쯤까지는 괜찮았는데, 주말인데 못 나가는 걸 상기하자 굉장히 심리적으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카페나들이나 산책 or 독서 및 웹서핑 or 운동이 취미인 입장에서는 딱 1가지만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된 거라...ㅠ.ㅠ
맨날 출근하고 야근할 때는 차라리 자가격리하면 잠은 푹 자겠지.. 했는데 막상 자가격리도 딱 3일까지 즐거웠다는 게 함정.
오늘도 야근했지만 자가격리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제가 재택근무재질인 건 알게 됐지만 자가격리는 싫어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후 극한의 자가격리 견디기가 시작됩니다.
다음 편은 내일 다시 돌아올게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