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지게 된 취미인 티타임 더 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 지난 후쿠오카 여행에서 루피시아에 들러 찻잎을 사 왔습니다. 루피시아하면 가장 유명한 찻잎인 모모 우롱 극품을 시음해 보고 올리는 후기입니다.
우선, 티캔은 따로 100엔 샵에서 살 예정이었던 터라 찻잎만 50g 팩 포장으로 사 왔습니다. 지금은 연한 베이지색 티캔에 넣어두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모모우롱은 가향차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향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루피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가향차인 모모우롱은 가장 가격이 비쌌지만 단호하게 구입했습니다. 근데 사실 루피시아는 가격대가 그리 높진 않습니다. 50g 1100~1200엔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요즘 즐겨마시는 에디션 덴마크의 a.c. 퍼치스는 30g 티캔이 21,000원이거든요...ㅎㅎ... 무튼 가격 대비로는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입니다.
포장을 번역해 보니 고급스러운 대만의 우롱차에 신선한 백도향을 입힌 부동의 인기 아이템이라네요. 대만의 우롱차 하면 아리산 우롱차가 먼저 떠오르는데... 지난번에 이땀당에서 마셨던 아리산 우롱차가 은은한 맛이 좋았거든요. 하지만 아마 이 우롱차는 아리산 우롱차가 베이스는 아닐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아리산 우롱차는 찻잎이 동그랗게 말린 형태거든요.
우롱차라 하면 카페인이 없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녹차나 홍차보다 덜할 뿐이지 카페인이 있습니다. 늦은 저녁에 과하게 마시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개인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자기 전에 한두 잔 정도는 마셔도 수면에 드는데 지장은 없더라고요. 하지만 요즘 커피를 줄이고 차를 더 많이 마시는 터라, 카페인 민감도가 높아지는 경우를 고려해 저녁에는 대체로 디카페인 티를 마시긴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낮에 포스팅하면서 냉침해서 마시고 있네요.
우리는 방법은 다른 티에 비해 비교적 간단합니다. 팔팔 끓을 때까지 물을 끓여서, 2.5-3g의 찻잎에 150ml(저울로 150g이면 됩니다)를 부어 1.5-2분만 우려 주면 됩니다. 루피시아의 경우, 대부분 침출 하는 방법이 간단해서 좋더라고요.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섬세한 찻잎은 아니라는 말이겠지만... 애초에 저는 가향티만 주야장천 마시는 인간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 티스토리를 쭉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무언가를 즐기는데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으면 더 즐겁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이 좋다고 느낀다면 그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차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커 픽쳐스에 나오는 티에 대한 동영상 한 번 추천드립니다. 티 소믈리에분이 나와서 정말 잘 얘기해 주시는데 설거지하면서 정말 재밌게 봤어요 ㅋㅋ
영상 하니 갑자기 생각하는데, 최근에 뒤늦게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 중 부르고뉴 에피소드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와이너리를 안내해 주시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그냥 즐기면 된다는 말을 마지막에 남기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정도로, 과거 동료였던 사람이 와인 공부하고 마실 거라는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저에게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도, 차도 마찬가지로 제 입에 맞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구나-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비싼 와인이 맛있는 것처럼, 비싼 찻잎이 맛은 더 있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싼 만큼 맛있다는 말은 대체로 통용된다는 점이 너무 적나라하지만, 반면에 쉽게 맛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에 위로를 받긴 합니다. 루피시아에 갈 일이 생긴다면 시향 많이 해보시고 구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일본의 차들이 대체로 가향을 기가 막히게 해서 대부분의 차가 시향 시 후각의 즐거움을 크게 느낄 수 있지만, 여러분들도 모모우롱 극상과 그냥 모모우롱을 시향 하시면 극상을 구입하게 되실 거예요... 400-500엔밖에 차이 안 나는데 향의 깊이가 차이가 나거든요...ㅋㅋㅋㅋ
우롱 찻잎 사이에 섞여있는 장미 꽃잎 색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찻잎 3g을 넣고, 만사가 귀찮아서 대충 숙우에 우려 봅니다. 원래 다관 등에 우려서 숙우에 걸러 찻잔에 따라 마시는데요... 간단히 냉침해서 마시고 싶었던 터라 그냥 우렸습니다.
따뜻하게 2분 정도 우리면 옅은 녹색의 수색이 나옵니다. 예쁘죠? 수색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우롱차의 향에 살짝 덧입혀진 복숭아 향이 스치는 느낌입니다. 복숭아향이 아주 지배적이진 않아서, 우롱차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지키는 느낌? 하지만 복숭아 향이 향긋해서 기분이 확 좋아집니다. 실제로 전 직장동료들 초대해서 다과회 했는데 다들 굉장히 좋아했어요. 특히 달지 않은데 복숭아 향만 나니 남자분들도 잘 마시더라고요. 남녀불문 호불호가 굉장히 적은 차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 찍은 날에는 얼음 넣어 급랭해서 노브랜드 계란과자와 먹었습니다. 역시 티푸드는 버터쿠키류가 최고더라고요. 차 맛이 강하지 않다 보니 맛이 강한 티푸드는 약간 별로인 느낌? 50g 한 번 사 오면 굉장히 여러 번 우려마실 수 있으니, 일본 여행 가시면 루피시아 들러서 꼭 한 팩 사 오시길 추천드립니다!